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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미분당을 알게된 지는 꽤 오래되었다.


주로 단골집 위주로만 돌고도는 보수적인 음식점 선택 경향을 보이는 나는 신촌에 자주(라고 쓰고 항상이라고 읽는다)가던 제주 돼지고기집인 '돈불1971'을 즐겨찾곤 하였는데 건너편에 있는 작은 가게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있는 것이었다. 신기해서 친구와 고기를 먹으며 이야기했더니 그가게 이름은 미분당이라하고 쌀국수가 굉장히 맛있는 집이라했다. 하지만 가게가 매우 좁고 작은 목소리로 대화라도 나눌라치면 주방장에게 혼쭐이 나는 가게라는 설명을 듣고 나는 무슨 그런 가게가 다있나 하는 생각과 본인만의 특별한 철학이 있는 가게구나 하는 두가지 생각을 하며 입에 고기와 술을 넣었다.



나는 비교적 다른 사람에 비해 식사시간이 자유로운 편이라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시간을 피해 한번 방문해보겠노라고 다짐하고 그로부터 3년여가 흘렀다. 그사이에도 신촌에서 약속을 가지면 항상 내사랑 '돈불1971'만 줄창 들르며 앞집인 미분당에 줄서있는 사람들을 보며 제주도식 목살에 와사비를 올리고 씻은 김치와 파절임을 얹어 술과 함께 먹는 삶을 즐겼지만 마음속 한구석에서는 미분당을 방문하고 싶은 욕구는 점점 커져갔다. 




그사이 미분당은 신촌공원쪽에 내려와 좀 더 넓은 위치에 2호점을 열었더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약속은 술약속인 본인의 스케줄과는 영 맞지않는 가게의 컨셉때문에 역시나 방문하지 못하던 중 자주 가던 신논현역 까페 '디렉터스 커피'에 올라가던 중 발견한 한자가 쓰인 새로운 가게가 있었으니 미분당이 드디어 강남에 입성하게 된 것이었다.



<아웃테리어부터 뭔가 느껴지지않는가>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가보니 밖에서 무인계산기로 주문하고 다시 들어오시란다. 너무 첫방문한 티를 낸 것 같아 약간의 부끄러움을 느끼며 무인계산기로 계산을 하니 식권과 영수증이 나온다. 내가 선택한 메뉴는 차돌양지쌀국수(9000원 정도)다. 항상 고기이름이 하나만 들어간 차돌쌀국수나 양지쌀국수를 주문하기에는 뭔가 아쉽다.




자리에 앉으면 뒤에 가방이나 옷을 걸 수 있는 옷걸이가 있고 모든 자리는 BAR스타일의 자리다. 테이블이 없는 것이 이집의 특징이다. 거기다가 신촌 미분당의 철학을 그대로 가져와 자리마다 조용해달라고 부탁하는 글귀들이 눈앞에 붙어있다. 혼밥하기에(혼자 밥먹기) 딱인 가게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간활용의 최정점>


자리마다 서랍을 열면 수저가 들어있고 왼쪽위를 보면 3가지 종류의 소스가 있다. 최근 쌀국수를 많이 먹어봤지만 검은 소스, 빨간 소스 정도로밖에 몰랐으나 여러가지 단서를 통해 소스 이름을 유추할 수 있었다. 검은 소스는 해선장 소스, 빨간 소스는 핫소스, 빨간 소스안에 고추씨같은 것들이 들어있는 것이 미분당 핫소스인 것으로 보인다.


<쌀국수 먹을 준비는 이정도는 해줘야...>


쌀국수가 나오기전 이렇게 밥그릇같은 그릇 하나와 위에 베트남고추, 절인양파, 단무지가 들어있는 접시를 주신다. 눈앞에서 요리사가 직접 고기를 찢고 쌀국수를 만드는 과정을 보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다. 이래저래 오픈주방은 대세가 되어야한다.


<잠시후면 사라질 것들>


드디어 쌀국수가 나왔다. 탕류나 쌀국수같은 국물이 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나는 먹기전에 일단 국물 맛을 먼저 본다. 맛이 나쁘지않다. 이제 고기와 면을 맛볼 차례다. 


<무조건 이렇게 먹어야한다...>


처음 방문했을때는 잘 몰랐는데 미분당의 쌀국수는 자리마다 놓여있는 먹는 법을 따라서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 개인적으로 해선장을 별로 좋아하지않았는데 지금은 처음에 주신 밥그릇에 쌀국수와 숙주 그리고 절인 양파를 넣고 해선장과 미분당 핫소스를 1:4 비율로 넣어 비벼서만 먹는다. 간만에 요리사의 추천에 이유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아직 사이드메뉴는 한번도 먹어보지못했지만 사이공 맥주를 곁들여서 혼자 차돌양지쌀국수와 먹어봤더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이제 나도 나이를 먹었는지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싫지는 않지만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점점 선호하게 되는 것을 느낀다. 뭐 어떤가. 다 그게 살아가는 즐거움이지라고 생각하며 오늘도 미분당 쌀국수나 먹으러 가볼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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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62-37 | 돈불1971 신촌직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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