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SK텔레콤은 오랫동안 주인이 없던 반도체 제조회사 하이닉스를 인수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의 반도체 산업은 천수답사업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시장의 공급물량에 따른 가격 변화가 회사의 수익성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었습니다. 천수답사업이란 논농사처럼 그해 내린 비의 양이 수확량을 결정한다는 뜻입니다. 그런 이유로 반도체 시장의 성장은 계속되고 있었지만 추가로 투입해야하는 자금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반도체 산업의 영원한 경쟁업체인 삼성전자는 이미 당시에 갤럭시 시리즈의 성공과 가전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있었기때문에 반도체산업에 투입할만한 자금이 충분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이닉스는 이미 당시에 막대한 투자에 비해 수익을 크게 내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부채비율이 100%에 육박하는 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사업이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업이고 하이닉스의 당시 자산이 19조에 달하는 상황이어서 정부는 대기업들중 누군가 나서서 인수해주길 바랬습니다. 결국 인수기업으로 거론된 LG, SK, STX, 효성, 동부CNI중 SK그룹이 하이닉스를 인수하게되었습니다.
지금이야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성과를 내는 회사지만 당시에는 SK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했습니다. SK텔레콤이 이때 하이닉스 주식 146,100,000주(21.05%)를 3조 4267억원에 인수하게 됩니다. 이는 주당 23,454원으로 회사 전체의 가치를 16조 2788억으로 산정한것으로 당시 시가총액인 15조 2,685억에 6.6%가량 할증된 금액이었습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작년 5월에 25,650원으로 최저점을 기록한 이후 쭉 상승하여 현재 주가는 69,200원(2017년 6월 28일 종가)입니다. 이로써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50조를 넘기게 되었습니다. 이중 SK텔레콤이 보유하고 있는 SK하이닉스 주식은 146,100,000주로 당시와 동일하지만 중간에 33,976,863주의 유상증자 이후로 지분율은 20.07%로 감소했습니다. SK텔레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현재 가치는 10조 1101억에 달합니다. 5년 8개월정도에 195%의 투자수익률입니다.
SK하이닉스에게 있어 최악의 시절이었던 2011년에 SK텔레콤이 하이닉스를 인수한 가격보다 불과 2,000원 가량 비싼 가격에 작년에 투자할 수 있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합니다. 왜냐하면 작년인 2016년 SK하이닉스의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16조와 3조로 2011년 매출액 10조에 당기순손실 559억과 비교할 수도 없는 수치이기 때문입니다.
주식시장에서는 이렇게 같은 가격에 다른 기준을 적용하거나 다른 가격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일이 많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주식투자로 이익을 볼 수 있는 방법은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기초로 약간의 상상력을 첨가해서 미래를 예상하고 자신이 설정한 안전한 가격에 주식을 매입해서 최대한 오랫동안 보유하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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